시대에 따라 바뀐 유월절 제물

유월절 제물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흔히 유월절 어린양의 희생을 기억한다. 물론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랐던 그 역사는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친다면 더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성경에는 양 잡는 유월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알려주신 새 언약의 유월절도 있다.

유월절 지키는 예법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다. 유월절 제물 역시 마찬가지다. 구약과 신약의 유월절은 각각 어떻게 다를까?

구약의 유월절 제물

유월절 어린양

유월절의 의미와 유래는 다른 포스트에서 다뤘으므로 이 글에서는 유월절 제물을 중점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의 유월절 제물은 흠 없고 1년 된 수컷 어린양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각 가정마다 어린양을 잡았고 그 고기는 불에 구워 먹었다. 또한 고기를 먹을 때 어린양의 뼈를 꺾어서는 안 됐다(출애굽기 12:1~14, 43~48).

유월절 제물 어린양
구약의 유월절 제물, 어린양

하나님께서는 이 날을 영원히 지키라고 명하셨다. 실제로 구약성경의 민수기에는 광야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월절을 지킨 기록이 있다.

애굽 땅에서 나온 다음 해 정월에 여호와께서 시내 광야에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스라엘 자손으로 유월절을 그 정기에 지키게 하라 … 그들이 정월 십사일 해 질 때에 시내 광야에서 유월절을 지켰으되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것을 다 좇아 행하였더라 (민수기 9:1~5)

개중에는 부득이한 사정 탓에 유월절을 지키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한 달 뒤에 오는 ‘제2유월절’이라도 지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 중에서 추방당했다(민수기 9:6~13). 하나님께서 유월절을 얼마나 중대하게 여기셨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약의 유월절 제물

최후의 만찬과 새 언약 유월절

최초의 유월절이 지켜진 후 1,500여 년이 흘렀다. 아빕월 14일 저녁, 예수님과 열두 제자들은 조그마한 다락방에 모였다. 예수님께서는 축사하신 떡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나눠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이 떡과 포도주는 너희를 위하여 베푸는 내 살과 피다.” 제자들은 경건하게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셨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광경을 그림으로 남겼다. 바로 ‘최후의 만찬’이다. 이 그림은 1980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모르는 이가 없는 명작이지만 화폭 속 장면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만찬석은 어떤 자리였을까.

내가 고난을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 (누가복음 22:15)

신약의 유월절 제물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 – 레오나르도 다빈치 作

최후의 만찬은 유월절을 묘사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유월절은 예수님이 오시기 전의 유월절과는 많이 달랐다. 구약시대와 신약시대의 유월절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유월절 어린양으로 임하신 예수님

구약시대에는 1년 된 어린양을 먹었다. 그러나 신약시대에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표상하는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신다.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바로 유월절의 어린양이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유월절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의 제물이 되셨으므로 사실 여러분은 누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악의와 죄악의 묵은 누룩이 아니라 순결과 진실의 누룩 없는 빵으로 유월절을 지킵시다. (현대인의성경, 고린도전서 5:7~8)

사도 바울은 예수님께서 유월절 양이시라고 분명히 증거했다. 구약시대에는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가정마다 어린양을 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예수님께서 유월절 제물로 희생하셨으니 더 이상 짐승의 피가 필요하지 않다. 새 언약의 제도 아래서는 떡과 포도주를 예수님의 살과 피라 믿으며 유월절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또한 앞서 어린양을 먹을 때 뼈를 꺾지 않았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양편의 죄수들과 달리 뼈가 꺾이지 않으셨다. 어린양의 뼈를 꺾지 말라는 말씀은 단순히 식사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기록된 것이 아니다. 장차 오실 예수님을 가리킨 예언이다(요한복음 19:32~36).

영원히 지켜야 할 유월절

구약과 마찬가지로 신약에도 유월절 제물이 존재한다. 이것은 신약에 와서도 유월절을 지켜야 함을 뜻한다.

유월절은 단순한 이스라엘의 명절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어 폐지된 율법은 더더욱 아니다. 율법은 오히려 완전케 되어 영원히 지켜져야 한다(마태복음 5:17~18). 3,500년 전과 2천 년 전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유월절은 대대로 지켜야 할 중요한 절기다.

예수님께서 신약의 유월절 제물임은 이미 살펴봤다. 모든 인류는 유월절 양이신 예수님의 희생으로 구원을 얻었다(에베소서 1:7). 유월절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예수님의 희생이 무가치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예수님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유월절을 열심히 알려야 옳다.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고린도전서 11:26)